하늘이 열리다 - 1



 그래서. 개새끼야. 어쩌라고.

 "나는 그렇게 말을 뱉었어. 알만하지? 그 자리도,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로 그걸로 끝이었어. 어처구니없지? 제기랄, 그래. 나도 알아. 나이는 서른 넘게 처먹고 방바닥이나 긁는 내가 한심했겠지. 전 여자친구도 그랬어.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가 뭘 어쨌다고? 친구 새끼들은 술값 안 낸다고, 전 여자친구는 아이스크림 하나 못 사준다고 그런 거겠지. 씨발, 좆같은 자본주의.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그 중에선 공부 가장 잘했다. 내가 엘리트였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적에도 그랬어.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어. 어? 대학 다닐 때 어땠냐고? 난 대학 안 나왔어. 대학은 다녔는데 대학은 안 나왔어. 대학 참 그거 좆같더라. 알아먹지 못할 개소리를 늘어놓는 거야. 물론 난 알아먹었어. 엘리트였으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먹는 거야.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래서 때려치웠어. 대학에 등록금 바치느니 그 기회비용으로 사업하기로 했지. 사업은 그냥 그랬어. 무슨 사업이었냐고? 그건 그냥 접어두자. 네가 알아듣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업이야. 굳이 말하자면 요즘 뜨는 IT사업인데, 난 그걸 10년 전에 시작했었거든. 시대를 잘못 탄 거지. 그래도 말이야. 곧 뜰 거야. 지금 준비하고 있거든? 조금만 기다려봐. 벤츠 그 따위 7대쯤 사서 요일마다 바꿔 타 주겠어. 그러니 오빠 어떠냐? 괜찮지 않아? 있다가 따로 나갈래?"


 그래서. 개새끼야. 어쩌라고.

 "이렇게 말하니까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우악스럽게 달려들더라. 그놈도 참 미친놈이지. 내가 뭐가 아쉬워서 서른 살 넘은 아저씨랑 자야 돼? 그것도 사업 실패해서 헛소리만 찍찍하는 아저씨하고. 그 새끼, 전 남자친구랑 똑같아. 그래. 그 소설가 지망생 전 남자친구. 아, 물론 난 그 남자친구 사랑했어. 너무나 사랑했어.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실패한 사업과 실패한 소설의 공통점 알아? 둘 다 밥을 못 먹는다는 거야. 아니, 밥은 먹을지도 모르겠는데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아? 어떻게 사랑만 먹고 살아? 아냐. 이건 사랑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야. 남자들의 성욕은 추잡해. 나 한창 잘 팔릴 나이잖아. 찝쩍이는 아저씨도 한둘이 아니지. 난 말이야, 그렇게 추잡한 남자들에게 나를 제 가격에 팔아야겠어."


 밤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난잡하게 반짝이고, 어느 아파트 단지에는 하루의 마지막을 TV와 인터넷으로 채우는 사람들이 전기를 소모한다. 가로등이 약하게 명멸했고, 그 아래 또아리를 튼 고양이가 쓰레기 더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by 鎭眞 | 2009/07/24 22:2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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