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봄기운이 다 가고 여름이 와야 하건만, 밤은 아직도 시리다. 잔뜩 웅크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호젓하게 뻗은 골목길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저기 즈음에 떡집이 있다. 그리 멋지진 않다. 다만, 하얗게 정렬된 타일들이 벽에 올랐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요리도구며, 찜통이며 하는 집기들이 깨끗하게 정렬되어 있다. 그 옆으로 떡집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깨끗한 가게에 어울릴만한 청년이 앉아있다. 내 또래에서 두어 살 붙이면 될까. 잘 생긴 얼굴에 떡까지 만드니 인기 꽤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는 수심이 그득한 얼굴로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다. 요즘 경기가 고민인지, 부모님이 아프신지, 삶이 공허한지, 어떤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그 풍경에서 그 청년의 모습은 유난히 소외되어 보였다.

 나는 요즘 무척 외롭다. 이 글을 보고 '박진영. 요즘 연애 못하더니 미쳤구나. 어쩌고저쩌고'라고 지인들의 덧글이 아래 박히겠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진정으로 외롭다. 물론 학교에서는 동기들과, 후배들과 신나게 잘도 논다. 오늘도 신나게 놀고는, 12시 즈음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진정으로 외롭다. 전혀 닮을리 없는 떡집의 그 청년이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차갑게, 무척이나 차갑게 달구어진 현실이 나를, 아니 우리를 신나게 밀어낸다.





ps. 끄적끄적 잡글을 쓰는 동안, 나의 친우가 말했다. "요리를 해보는 게 어때?" 주말에는 떡볶이를 만들어 봐야겠다. 고마워.

by 鎭眞 | 2008/05/23 00:36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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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서로비 at 2008/05/23 09:09
등골이 시리죠...
Commented by 鎭眞 at 2008/05/24 20:24
ㅋㅋㅋ
Commented by TEAM at 2008/05/23 12:13
요리 좋음 요리. 일단은 재활치료.
Commented by 鎭眞 at 2008/05/24 20:24
응. 재활치료.ㅠㅠ
Commented by at 2008/05/24 14:37
외롭지 않은 인간이 어딨겠노.. 나도 외롭다. 근데 외롭다고 하면 다들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더라. 자증나
Commented by 鎭眞 at 2008/05/24 20:25
푸하하. 선배도 그러셨군요!! 정말 다들 그런 것 같아요. 외롭다고 하면 애인 만들라고.
Commented by 문화인 at 2008/05/25 20:07
어머 이글루스에 리플 기능이 생겼군요. 한동안 컴퓨터를 안했더니 다 새로워졌네요-_-;
지금은 과실 ㅋ 독수리와 먹이와 도선배가 함게 있습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鎭眞 at 2008/05/25 23:00
악ㅋㅋㅋㅋㅋㅋ 니도 코드명 아는구나 아이고 ㅋㅋㅋ
Commented by 몽상가 at 2008/05/26 13:29
오호 꽤 기특한데 소화불량이라던가 물건을 분실했을때에 느끼는 상실감따위..그것들과 외로움의 차이를 모른다고 생각했던 네녀석이
이런 궁상맞은 글을 쓰다니 말야-_-어쨌거나 인간답구나.
조낸 가끔은 저녁늦게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당연하다는 듯이 밤새 스타 팀플을 하던 그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아니 자주 일까?

Commented by 鎭眞 at 2008/05/27 01:29
-_-;
자주였지. 아 그거 참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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