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4월 17일
느직이 읊조리건 데, 독도에 빌어먹지 말거라

!주의
다음에 해당하는 분들은 이 글의 복독을 삼가십시오.
1) 싸울 때 주먹부터 나가고 보는 무식한 분
2) 민족주의야 말로 내 삶의 원천이라 생각하는 분
3) 현상 자체를 진실로 믿고 우기시는 순진한 분
4) 강력한 국가 건설에 힘쓰시는 파시스트
5) 민중의 머리 꼭대기에서 모두를 비웃고 계신 높은 놈들 전부
“한철 떠들썩하다 말겠지, 뭐.”
독도 문제는 일본이 ‘할 것’ 없을 때마다 터뜨리는 연중 행사였고, 2월 중순 즈음의 한반도의 민중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독도 문제에 대해 대단찮은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일본의 우익인사들은 고장 난 싸구려 녹음기처럼 망언을 되풀이 했을 뿐, 실재적인 행동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이십대의 대학생들만 해도 그간의 삶에 일본의 독도 망언을 수십 차례 들어왔고 그때마다 흥분 했었으니 다른 어르신들은 오죽 했겠는가.
지금의 독도는 ‘이전의 독도’와 다르다
헌데 이번에는 달랐다. 일본의 시마네현이 지난 2월 23일,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현 의회에 상정하고 만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들썩였다. 그 들썩임은 이전의 독도 문제와 달리 많은 사람의 기립과 팔뚝질을 동반했다.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이 법적 효력은 없다 한들 한국의 영토에 대한 침탈 의혹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일본의 야욕에 너도나도 거리로 나섰고, 이례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림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분노로 표출되었다. 어느 분은 삭발하셨고, 어느 분은 손가락을 자르셨고, 어느 분은 분신하셨다. 하나같이 최고수위의 투쟁이고, 투쟁의 수위만큼 분노도 일본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주한 일본대사의 망언, 일본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용인(일본정부는 "지자체 의회활동에 중앙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라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독도에 일본 정찰기 및 함정 파견, 역사 교과서 추가왜곡, 국제법 해결 요구, 보수 신문의 공격……. 그야말로 한국과 외교적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도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대마도의 날’ 조례안 제정(마산시 의회는 한국정부의 철회요청에도 불구하고 조례를 공포하기로 했다), 독도와 관련된 수많은 단체의 설립, 정부차원의 시정요구,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대응 주문, 일본의 UN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문제제기, 국방백서 수정, 독도 민간인 방문 허용, 열린우리당 - 한나라당 -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독도 전격방문, 심지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주제로 쏟아지는 출판물까지. 소설가이자 보수 논객인 이문열씨는 독도를 북한에 미사일기지로 빌려주라는 칼럼도 써 내렸다. 어디 그뿐인가. 조례안 상정 이후 4월 초까지 한겨레일보의 독도관련 기사 수는 무려 800여개로, 폭발적인 수준이다.
독도를 넘어 광범위한 한 - 일 대립 전선으로
이미 독도 문제는 독도 하나에서 끝날 수준을 넘었다. 과거사 청산 문제, 동북아의 평화구축 문제, 일본과 주변국의 동맹문제, 일본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등 한 - 일간의 대립은 다각도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이전의 독도문제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의 정부는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대해 표면적으로 자제를 촉구하여 왔다. 친일파의 남한에 대한 헤게모니가 친미파로 그대로 이어지며 정부의 지배층을 꾸몄기 때문에 반일감정이 드세면 드셀수록 자신들의 켕기는 뒤 속을 파헤쳐질 염려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소위 386세대가 남한 정부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친일파의 기반 위에 서 있던 구 보수 세력의 사정을 굳이 봐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물론 한나라당이 ‘초당적 대처’를 주문하긴 했으나 과연 초당적 대처라고 불릴 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살펴 봐야할 노릇이다. 진정 ‘초당적 대처’인가? 국민감정에 떠밀린 ‘울며 겨자 먹기’인가?). 이러한 파격적인 정부의 태도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호감을 사게 된다.
대중은 신나게 싸우는 가운데…… 잇속은 다른 놈들이 챙기고 있다
그래. 바로 이것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물론 다들 한 - 일의 대립관계로 하나같이 얼굴은 시뻘게져 있다. 헌데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무엇이 진정한 문제인지, 과연 화를 내는 방식이 정당한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잘 생각해보자. 과연 일본의 책동(이렇게 부르기도 조약하기 그지없다)을 군국주의의 부활로 정의하고 즉자적인 대응으로 거리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필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지점은 어디인가. 과거사에 반성 없는 일본, 다시금 대동아 공영권을 실현하려는 일본, 우리 한민족을 무시하고 있는 일본. 이즈음이다. 일본의 책동은 한국 대중의 즉자적인 분노를 불러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즉자적인 분노는 국가, 혹은 민족중심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된다. 분노 자체는 정당하다. 하지만 분노가 향하는 지점은 명확치 않다. 그냥 일본? 일본 민족? 그리고 누가 분노하는가? 국가와 민족의 분노? 이게 과연 무엇인가? 이 분노의 메커니즘이 도대체 누구에게 이득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배계층. 국가의 이름으로 독도와 반일을 논하지 말라
남한의 지배계층이 지금껏 일본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받았었나? 박정희 시대 때 돈 몇 푼 받은 것? 아주 훌륭하신 지도자 박정희 선생 덕분에 일본에 대한 개인단위의 소송 및 청구는 불가능하게 되었다(이번 주에도 위안부 할머님들의 '개인 소송및 피해청구'를 요구하는 수요집회는 열릴 것이다). 개인에게는 떨어진 것 없이 국가와 기업에게 목돈이 쥐여졌고 지배계층은 실실 웃으며 그 돈으로 경제개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입을 꽉 다물던 정부가 일본을 향해 지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지금까지는 저랬고 이제는 이러니 세상이 바뀌었고 정부는 민중의 손을 들어 준다’같은 판타지 소설에 나올 법한 시나리오가 절대 아니다.
독도 사태 덕분에 노대통령은 20%의 지지율을 50%까지 끌어 올렸다. 직접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며, 강력한 대응을 약속하며 말이다. 이전에는 구린 뒤 속 때문에 반일감정을 쉬쉬하고, 지금은 홈페이지에 글 한 두개 올리는 간편한 배팅으로 지지율을 올린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번지르르한데, 과연 한국 정부가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 일본에 무엇을 요구했었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역사교과서 수정 권고? 이것은 국가 차원의 ‘쇼’일 뿐이지, 민중 차원의 ‘요구’가 아니다. 말로는 뭔들 못할까!).
일본의 지배계층은 남한의 지배계층보다 더욱 신나게 일본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들은 ‘보통국가론’을 내세워 천황 국가원수 직으로의 회귀, 국방의 의무 부가, 군대의 보유 명시 등을 미친 듯이 추진하고 있다. 전후 일본의 책임을 축소하며 우선적으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쉽게 말하면 군국주의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일본의 모습에 반박하기도 지친다. 그렇게 전쟁이 하고 싶으면 어디 PC방에서 중국과 북한 대표와 스타크래프트라도 하라고 밀쳐버리고 싶다.
결국 한 - 일 양 국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 재정, 혹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서 사안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척 하는 모습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도 마땅할 정도이다. 세 치 혓바닥으로 한 - 일 민중을 이리저리 쥐었다 펴며 국가 통합과 국민 동원. 결국 우파의 헤게모니 강화라는 이득을 챙긴 것이다(사실 독도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한 - 일 어느 쪽이 이기던 간에 지배계급은 타격을 입을 것이 없다. 다만, 동해 어민들과 일본 시마네현의 어민들이 어느 간의 경제적 피해를 입을 뿐이다. 결국 독도 사태는 서로 손해 볼 것이 없는 한 - 일 양국 우파의 잔치에 불과하다).
민족의 이름으로?
그렇다면 민중이 민족의 이름으로 ‘독도는 우리땅’이라 외치는 것은 정당한가? 앞에서 말했다시피 분노는 정당하나 분노가 향하는 지점은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우리 민족은 무엇인가? 우리의 민족관은 너무나 조잡하다. 기껏해야 ‘남 - 북한 쌍으로 묶여 한민족’ 따위의 저열한 인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고, 이런 인식으로는 민족의 발톱도 건드릴 수 없다. 민족에 대한 고민은 전체를 민족으로 전화하려는 노력뿐이지, 계급성은 민족의 안에서 한 치도 생각되지 않는다. 계급성은 민족의 범위에서 별개의 취급을 당하고, 기껏해야 친미성향의 보수를 공격할 때 쓰일 뿐이다. 칼럼리스트 김규항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이건희와 우리는 같은 민족인가? 일본의 비정규 노동자와 극우 정치인은 같은 쪽발이 새낀가?’(통일을 돈으로 사려했던 현대의 자본가 이건희와 우리는 같은 민족인가? 민족의 이름으로 민중과 함께 같이 가야 하는 사람인가? 독자 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는가?)
우리가 민족의 이름으로 독도문제를 해결하며 나오는 결론은 어떠한가? 우리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때, 실리보다 감성이 앞선다. 지금의 독도문제를 울릉도민의 어업을 들고 바라보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원칙없는, 실리없는, 무엇보다 민족에 대한 고민없는 영유권 주장의 결론은 ‘일본, 우리나라의 영토를 넘보지 말라’의 수준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이는 민족의 범주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가 가지고 있는 타 집단에 대한 배타성에 대한 지적이다. 이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민중들은 타 민족을 배격하는 길 밖에는 도출되지 않는다. 국가의 중앙집권을 위해 활용하던 반공 이데올로기와 민족의 ‘중앙집결’을 위해 활용하는 반일 이데올로기가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필자의 눈에는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둘 다 국수주의, 민족주의, 지배계층, 보수우익들과 관련 없는 민중들까지 싸잡아 매도하게 된다. 다시 한번 묻는다. ‘이건희와 우리는 같은 민족인가? 일본의 비정규 노동자와 극우 정치인은 같은 쪽발이 새낀가?’
또한 우리는 역사적으로 민족주의로 의한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모두 하나같이 민족주의로부터 발로된 사상들이다. ‘잘 활용하면 좋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핵도 전기를 생산하는 차원에서 활용하면 좋고, 전쟁도 무자비한 지배계층의 제거하는 차원에서 활용하면 좋고……. 어느 곳에서 뜯어 붙일 수 있다면, 우리는 법 없이 도덕으로 살아가도 전연 문제없어야 한다.
독도 수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관리하는 자를 비판하자
우리의 독도 수호는 철저히 독도의 테두리에서 관리되고 있다. 아니, 그것보다 비판이 향하는 지점이 ‘일본’ 전체에 한정지어져 있다고 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독도만을 꺼내 들어 선, 일본의 모든 민중에 대한 무차별 비판에 머물러 버린다. 또한 그 비판은 지배계층이 활용하기 좋은 먹이거리가 된다. 우리는 독도 수호에 대해 제도권에서 나오는 대안을 알고 있다. 독도에 군대 파견, 북한에게 미사일기지로 독도대여 같은 군사적은 대안은 개그 같지만 짐짓 위험하다. 저런 대안에는 자국의 방어 차원이 아니라 공격도 불사 하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 상대방이 힘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힘으로 나가겠다는, 이른바 제국주의 전쟁의 불씨가 숨어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면 실소까지 나온다. 바로 ‘대미 군사동맹의 강화’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 일 양국의 지배계층 모두 독도문제에 ‘대미 군사동맹을 더 강화해야 한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본의 국수주의에 반대하여 우리도 국수주의로 나아가고, 거기에 미국이라는 동반자와 함께 나아가는, 개그 같지도 않은 개그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저 쪽보다 더욱 더 우경화되어야 난국을 해쳐 나갈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미친 논리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연일 일본에 대한 선정적인 비판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려댄다. 불과 10년 전, ’멸공의 횃불‘을 들고 북한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일본에게 ’쪽바리를 몰아내자‘라며 핏대를 올린다. 지배계층의 입맛에 맞게 북한을 향한 진로를 이제 일본으로 선회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지배계층은 연일 민중에게 타 집단에 대한 욕을 쏟아내라고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북침(北侵)에서 일침(日沈)으로의 단어를 쏟아 낼 때가 아니다. 지배계층의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책동에 그대로 말려들어가선 안된다. 진보를 표방하는 모 정당의 독도방문 행사, 고춧가루 전달 행사가 현 지배계층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면 이미 제도권에 물들어 보수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목소리는 따로 있다. 모든 억압받는 민중의 연대와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진보적인 사람이 내야 할 참 목소리이다.
# by | 2005/04/17 23:52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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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방문 감사합니다.^_______^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번쩍)
독도를 북한의 미사일기지로 빌려주라는 이문열씨의 의견 접수. (쿡쿡)
사실 모두가 너의 말대로 유아가 내어뱉듯한 감정식 대응일 뿐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 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B형 냄비거든.